2010년 독일 최고 미스터리 소설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한국에서 미스터리 장르는 일본과 영미권의 강세가 두드러집니다. 그러다 보니 출판사들이 좋은 작품을 선점하기 위한 출혈경쟁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에 등록된 출판사도 4만 개가 넘었다고 하고 그 중 1인 출판사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만 2천 개를 넘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요,  자연스레 장르물에 집중하는 출판사도 생겨난 것이 사실입니다.

독일 계열 작품의 최신작

창작물은 한정이 되어 있고 출판사는 늘다 보니 역시 전통적 미스터리 강국의 작품보다는 비교적 소외되었던 국가들의 작품이 속속 번역되고 있습니다. 맥을 같이 하며 미스터리에서는 비교적 고전 작품들 역시 다시 빛을 보고 있습니다. 조르주 심농의 메그레 경감 시리즈가 다시 빛을 보고, 파일로 밴스 시리즈가 재간되는 것들이 그런 현상이라고 보시면 되겠죠.(한마디 덧붙이자면 메그레 경감 시리즈가 113편이었던가로 기억하는데 하나씩 나오기 시작하면 엄청난 거대 시리즈가 되겠죠?) 앞서 말했던 일본과 영미권 이외의 미스터리 제 삼국가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나 독일, 스패니시 계열의 작품들이 요즘 속속 책이 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의 작품이 3류 취급을 받는다는 뜻은 절대 아니고요. 어찌 되었든 이런 연장선상으로 보입니다만, 독일 최신작이 한국에 나왔습니다.

최근 작품으로 보자면 <형사 실프와 평행우주의 인생들>에 이은 독일 작품입니다. 바로 넬레 노이하우스 작가의 작품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입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끊이지 앟는 국내 열풍

2011년 3월 현재,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열풍이 놀랍습니다. 각종 인터넷 서점 소설 집계에서 대부분 5위 안에 속해 있는데요. 잘 지어진 제목과 입소문, 그리고 표지 등 고루 박자가 맞아 떨어지며 독자들이 이 책을 선택하는 듯합니다. 이제 외적인 이야기를 떠나 작품에 들어가 볼까요?

작품의 구성 요소 및 서술 방식 평가

이 소설은 2008년 11월 6일부터 사건이 해결되는 11월 24일까지를 일기처럼 꼼꼼이 기록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한 사람의 주인공 시선으로 서술하기보다 등장인물 각각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독특한 작법을 보여줍니다. 자연스레 위 줄거리에서 나타난 보덴슈타인과 피아 형사, 살인죄로 10년 형기를 마친 토비아스, 그리고 그의 아버지, 토비아스에게 관심을 보이는 과거 죽은 소녀 스테파니를 빼닮은 아멜리 등등 여러 등장인물 시점에서 각각 서술됩니다.

독일 미스터리의 신선함

출간된 작품수가 적은 탓도 있지만 저 역시 독일 미스터리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란 작품과 <형사실프와 평행우주의 인생들>이 준 신선함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특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짧은 인물 위주의 서사가 모여 하루치 이야기를 완성합니다. 일종의 일일드라마식 작법이라고 할까요. 그렇게 모인 소설 전체는 마치 잘 만든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합니다. 몇 해 전 <도베르만>이란 독일 영화를 보며 그들의 스타일 역시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소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작품 끝까지 유지되는 집중력과 몰입감

이 작품에서 토비아스의 과거 살인은 이기와 그것이 똘똘 뭉친 님비현상까지 확대됩니다. 그리고 작가는 확대된 님비현상을 하나하나 분리합니다. 마지막에 가서는 그것을 파해하여 각각의 개인적 이기심이 만든 총체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하나의 비극이 다중의 비극이 되고, 해결되었지만 결국 해결되지 못하는 비극으로 남는 과거의 살인사건. 그렇지만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심리를 작품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는 집중력은 역시 대단하다, 라는 찬사를 터뜨리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아쉬운 점

너무 많은 등장 인물

반면, 짧은 서술에 비해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주인공 토비아스가 정황만으로 살인사건의 범인이 되었다는 것이 내심 납득하기 힘든 되새김질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얼기설기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추악한 결과물에 저렇게까지, 또는 저럴 수도 있을까, 하며 몇 번이나 다시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중반 이후 느려지는 속도

개인적으로는 중반쯤에서 사건에 관계되는 대부분을 직감하게 되었습니다. 스포가 될 것 같아 그 지점 하나하나는 짚어드리지 못해요. 어쨌든 제게는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보니 중반 이후 현저히 읽는 속도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의외성보다 정석이었으면 하는 아쉬움

 뭐랄까 미스터리 또는 스릴러는 결말의 의외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스릴러가 그렇죠. 늘 미스터리를 읽어서인지 결말의 의외성에서 오히려 의외성보다 정석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것은 반전과는 다른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이 작품이 독자의 선택을 받는 데는 그런 의외성도 한몫을 하지 않았나 판단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과 일반적인 독자가 좋아하는 소설이 차이가 있을까, 라는. 현재로는 거의 없어보입니다만.

최종 결론

참 재밌었고 잘 쓴 독일 추리 소설이었습니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이 작품은 이 시리즈의 성공으로 인해 차후 시리즈의 전체적인 런칭이 가능할 듯도 하네요. 번역 후기에서 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코멘터리가 나옵니다. 작가의 남편이 소시지 공장에서 일하는데 그것과 관계된 코멘트였는데요, 그런 것들은 책으로 확인하시면 되겠죠? 한 번쯤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