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천사 ‘루시퍼의 복음’ 관련 신선한 재해석

타락한 대천사 ‘루시퍼’

하느님의 대적자(大敵者)이자 인간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악마 “사탄(Satan)”의 고유명사로 쓰이고 있는 “루시퍼(Lucifer)” – 악마의 계보를 소개하는 몇몇 오컬트(Occult) 서적에서는 사탄과 루시퍼를 별개의 존재로 설명하기도 한다 – 는 원래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도록 허락받은,“빛(lux)을 가져오는(ferre) 것”이라는 이름처럼 다른 천사들을 압도하는 아름다움과 용기, 기품으로 가득 찬 천사장(天使長)이었지만 교만함이 지나쳐 하느님의 권좌를 탐내다가 하늘에서 추방당하고 말았고, 그와 함께 추방 당한 타락천사(墮落天使)들을 이끌면서 끊임없이 사람들을 괴롭히며 죄를 범하게 하고, 유혹을 멈추지 않지만 최후의 심판에 이르러 영원한 불의 연못에 던져진다고 전해지고 있다.

타락천사와 관련된 상반된 견해

조로아스터교에서 차용된 일반적인 견해

사실 이러한 타락천사나 악마의 개념은 신화학자나 종교학자들에 따르면 기독교가 원류(源流)가 아니라 역시 하늘에서 추방된 공작(孔雀)새 천사“멜렉 타우스(Melek Taus)” – 마코토 오기노의 만화 “공작왕(孔雀王)”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 를 신봉하는 중동지방의 고대 종교인 “예지드(Yezidi)”교나 세상을 선(스펜타 마이뉴)과 악(앙그라 마이뉴)이 싸우는 투쟁의 현장으로 해석하는 고대 페르시아의 종교 “조로아스터교”의 교리와 신화에서 차용해 온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루시퍼의 기원에 대한 색다른 견해

그런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가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어 이슈가 되었다는 <요한 기사단의 황금상자>의 저자이자 노르웨이의 국민작가 톰 에겔란은 그의 신작 <루시퍼의 복음(Lucifers Evangelium/랜덤하우스 코리아/2011년 11월)>에서 루시퍼의 기원에 대하여 전혀 색다르면서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루시퍼 복음’의 간략한 줄거리

서기 325년 성삼위일체(聖三位一體)와 같은 오늘날 기독교 교리(敎理)와 성경(聖經)을 확정했던 첫 종교회의인 니케아(Nicaea) 공의회에서 “루시퍼의 복음”이라 불리우는 이단 문서를 폐기하기로 결정하지만 문서 폐기를 담당한 세 수도사는 문서를 셋으로 나누어 감춰두기로 약속한다. 그로부터 1,600년 후 문서의 한 조각이 사해문서(死海文書)로 유명한 이스라엘 쿰란에서 발견되고, 1970년에는 두 번째 조각이 이집트 사막에서 발견되어 로마의 신학자이자 악마연구가인 지오반니 노빌레 교수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사탄을 숭배하는 이단 종파인 “드라큘(Dracule) 기사단”은 노빌레 교수의 딸을 납치해서 교수에게 문서를 가져오라고 협박하고, 노빌레 교수는 우여곡절 끝에 기사단의 수장을 총으로 쏘고는 딸과 함께 종적을 감춘다. 그로부터 40년 후 인 2009년 노르웨이 고고학자이자 이미 몇 편의 기독교계 희귀문서를 발굴해내어 유명세를 탔던 비외른 벨토 교수는 우크라이나의 수도원에서 발견된 고대 문서의 연구를 부탁받아 문서를 비밀리에 영국의 고고학팀에 보내어 해독을 의뢰한다.

루시퍼의 복음 마지막 조각으로 추정되며 사탄의 정확한 재림일이 예언되어 있다는 이 문서를 추적하고 있던 드라큘 기사단의 기괴한 사탄 제례에 의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지인과 여교수가 연이어 희생을 당하자 벨토는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루시퍼 복음의 실체를 부인했던 노빌레 교수를 알게 되고 그의 제자를 만나기 위해 로마로 오게 되지만 그만 기사단에게 붙잡혀 역시 사탄 제례의 희생양이 될 절대 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드라큘 기사단의 반대 세력이자 루시퍼의 복음을 연구하는 다국적 단체 “루시퍼 프로젝트”팀에 의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벨토는 그들에게서 프로젝트에 동참하라는 권유와 함께 문서에 담긴 비밀과 프로젝트의 실체에 대해 듣게 되고,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프로젝트에 가담하기로 결정하고 문서를 그들에게 건넨다.

마침내 루시퍼의 복음 세 조각이 완전하게 합쳐지고, 문서를 해독한 결과 구약성서 <창세기> 제11장에 나오는 벽돌로 하늘 높이 피라미드형으로 쌓아올렸다는 탑으로 신의 분노에 의해 무너져 내렸다는 바벨탑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벨토는 과거 바빌로니아 제국이 위치했던 이라크로 날아가 프로젝트 발굴팀에 동참하여 마침내 신화 속의 바벨탑을 발굴해내고, 바벨탑의 지하 봉인이 풀리면서 인류의 진화와 신과 악마, 최후의 심판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을 접하고 경악하게 된다(결론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한다)

“<루시퍼의 복음>은 사실과 픽션의 회색지대에 있다. 나는 상상력만으로 이 책을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실만으로 이 책을 쓰지도 않았다. 자신의 믿음을 회색지대 위에 둘 것인지, 흑과 백의 명확한 경계 안에 둘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톰 에겔란

루시퍼 복음 개인적인 감상평

이 책을 처음 받아 들고는 560 페이지라는 분량에 꽤나 부담을 느꼈었지만 막상 책읽기를 시작해서는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흥미로운 소재와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 그리고 스피디한 전개로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다 읽는 데 하루 나절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단숨에 읽게 만드는 몰입감과 재미가 뛰어난 작품이다.

음모론의 백과사전과 완벽한 퍼즐식 구성

책에는 오컬트나 미스테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각종 음모론과 미스테리, 즉 판타지 소설에 종종 인용되는 악마의 계보와 각 종교에서의 악마들의 명칭, 대표적 악마 숭배 단체인 사탄 교회(The Church of Satan)와 대사제 안톤 라베이,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거인족 “네피림” 신화, 요한계시록의 최후 심판의 날인 하르마겟돈(아마겟돈), 고대 마야문명이 예고했다는 2012년 지구 종말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종종 예수가 젊은 시절 몸담았던 단체로 언급되는 “에세네파”, 앞에서도 언급한 비밀 종파 예지드교와 멜렉 타우스 신화, 히브리 성서의 행과 열을 특정한 방향으로 읽으면 미래에 대한 예언을 알 수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바이블 코드(Bible Code)”, 미 공군이 1952년부터 1970년까지 다양한 형태로 운영한 UFO에 대한 가장 중요한 연구기관이자 연구기간 동안 1만 3000건이 넘는 UFO 관찰 사례를 모으고 분석하고 기록했다는 “블루북 프로젝트”, 외계 문명 기원설로 유명한 “에리히 폰 데니켄” 등이 총망라되어 있어 마치 음모론 백과사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처음에는 1970년 노빌레 교수와 2009년 베토 교수의 사건을 교차 편집되어 있어 개별 사건별로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다소 애를 먹었었는데, 결말에 이르러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고 두 사건이 하나로 귀결되는 퍼즐식 구성에 절로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아쉬운 점

다만 이 책의 결말에 대해서는 충격적이고 신선하다고 느끼는 사람들과 유치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로 호불호(好不好)가 나뉠 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책의 결말을 이미 다른 책들에서 여러 번 접해본 이야기인지라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았고, 약간은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책의 결말과는 다른, 좀 더 신비주의적 결말을 맺었으면 어땠을 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번 손에 잡으면 금새 정신없이 책에 몰입하게 하는 매력과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는 훌륭한 재미를 갖춘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하겠다. 과연 스포일러 때문에 밝히지 못한 결말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두꺼운 분량에 겁먹지 말고 어서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러면 나처럼 한나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그런 재미와 즐거움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