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무게,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서평 2가지

침묵의 무게 ; 가족이라는 이름이 주는 상처와 치유에 관한 이야기

침묵의 무게‘에서는 아이오와의 숲이 우거진 조용한 마을에 사는 두 가족이 등장한다. 첫 번째 가족은 호들갑스럽지 않고 담대한 어머니 안토니아, 알콜중독자인 아버지 그리프, 선택증 함묵증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7살 칼리와 자상하고 듬직한 그의 12살 먹은 오빠 벤이 함께 살고 있다. 두 번째 가족은 칼리의 단짝 친구인 페트라가 금술이 너무 좋은 아버지 마틴과 어머니 필라와 함께 살고 있다.

소녀들의 실종과 충격

어느 여름날 아침 두 소녀가 사라진다. 뒤늦게 소녀들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두 가족과 경찰들은 그녀들을 찾아 나선다.

등장인물의 내면과 이야기

책은 주요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같은 상황에서 각자 다른 인물들이 자신의 눈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칼리를 위한 배려인 듯, 작가는 살며시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가족의 의심과 고민

알래스카로 일을 하러가기 때문에 자주 집을 비우고 그나마 집에 있을 때조차 알콜중독과 폭력으로 가족을 괴롭히는 그리프가 소녀들의 실종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모두들 생각한다. 안토니아는 누구보다 남편이 의심되지만, 그동안 참고 견뎌온 세월만큼이나 말을 아끼며 가능성을 부인한다. 그러나 마침내 모든 일의 시작에 그가 있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침묵과 외면으로 지키고자 했던 가정은 그로 인해 깊은 골이 생겼음을 깨닫는다.

가족 사이의 사랑과 갈등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힘들게 페트라를 얻은 마틴과 필라는 페트라를 너무 사랑한다. 페트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칼리를 대변할 정도로 그녀와 가까왔으며 주위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고 사랑받을 줄 아는 매력적인 소녀였다. 마틴은 그런 딸을 너무 자랑스러워했으나 결국 그 때문에 페트라가 고통을 겪게 되었다고 여기며 자책한다.

가정폭력과 아동성범죄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은 가정폭력과 아동성폭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고 안타까운 사건들이지만, 홍보문구에서 느껴졌던 것보다는 수위가 낮다는 느낌이 든다. 매일같이 뉴스에서 들려오는 가정폭력과 아동성범죄에 익숙해져버린 탓인가… 마음 아픈 이야기이지만 결말이 그리 비극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교사생활과 코치생활을 계속 해온 작가가 상처받은 아이들과 가족을 감싸안아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이들의 민감성과 우리의 책임

아이들은 어리고 약하다.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을 거라고, 듣고 있지 않을 것이라 여기는 것까지 마음에 새기며 기억할 만큼 예민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론 무섭다. 별 생각없이 내뱉은 말이, 의미없이 저지른 행동이 그들에게 어떻게 남겨지고 어떻게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생각하면 정말 무섭다. 그러나 이런 것들 때문에 내민 손을 거두어서는 안 된다. 결국 아파하는 그들을 안아 다독여줄 수 있는 것은 한때 상처를 준 내 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족이자나~”라는 말로 많은 것을 덮으려 한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에 가장 두려운 존재로 변할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가족이니까” 줄 수 있으며, “가족이기에” 빼앗는 것도,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전형적인 코지 미스터리 추리 소설

추리소설은 내가 선호하는 장르인지라 많은 작가의 다양한 추리 소설들을 읽었는데 최근 들어 추리소설 장르 중의 하나인 “코지미스터리” 몇 몇 작품을 읽게 되었다.전통적인 추리소설의 특징인 절묘한 플롯과 뒤통수를 때리는 강한 반전이 주는 쾌감은 다소 부족하지만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굳이 끔찍하거나 공포스러울 필요가 없는, 가볍고 유쾌하면서도 기발한 반전을 보여주는 소설로써 꽤나 매력적인 장르라 생각이 된다.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으로 불리운다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소설은 이번에 읽은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01 –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작가정신, 2010년 7월)이 처음이었는데 코지 미스터리 특유의 유쾌함과 즐거움, 그리고 마지막 의외의 반전이 꽤나 인상 깊은 그런 추리소설이었다.

빌라 메그놀리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어느날 가상의 해안 도시인 하자키 시에 있는 빌라 매그놀리아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입주자가 없어 빈 상태였던 3호실에서 발견된 이 시체는 얼굴과 손가락이 짓뭉개져 있어 신원을 금새 확인하기가 어려운 그런 상태였다. 죽은 지 며칠 안 되었고 위 송곳니가 빠져있는 채로 발견되었는데, 사망 추정 시간에는 태풍이 불었던 터라 외부 사람의 왕래가 불가능해서 범인은 빌라 내부 사람 중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마지 형사반장과 신참 히토쓰바시 형사의 탐문 수사가 진행되고, 총 10채로 이루어진 빌라 주민들의 사연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전 주민이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용의자가 너무 많은 그런 상황에 빠져 버린다. 온갖 추문과 풍문이 사실처럼 떠돌면서 이웃 간의 반목이 점점 더 심해질 무렵, 또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의 수사가 계속되고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에게로 수사망이 좁혀지고 사건은 뜻밖의 결말로 해결되고 모든 사건이 종결된 후 의외의 반전이 드러난다.

다양한 캐릭터들로 더해진 묘미

“작은 동네를 무대로 하여 누가 범인인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폭력행위가 비교적 적고 뒷맛이 좋은 미스터리”라는 작가의 코지미스터리에 대한 정의처럼 책은 읽는 내내 그리 끔직하거나 공포스럽지 않고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유쾌하고 재미있다. 특히 빌라 주민들 각각의 독특한 개성과 각자의 사연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모든 사람들이 용의자가 될 수 있는 복잡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점층적으로 사건의 결말에 다다르는 전개가 여느 추리 소설 못지 않게 치밀하면서도 당위성있게 묘사되어 있다.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고 에필로그 형식으로 드러나는 몇 몇 반전들은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기막힌 맛은 없지만 나름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의외성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특히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이 참 재미가 있는데, 여러 등장인물 중 사건 해결의 주인공들, 즉 경찰서장의 장황한 연설과 권위적인 행동에 시니컬한 모습을 보여주고 동료인 히토쓰바시를 골탕 먹이는 다소 괴짜 스타일의 캐릭터이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살인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놀라운 추리력은 절로 감탄이 나오게 하는 고마지 반장과 늘 반장에게 당하면서도 성실하고 착한 모습을 보여주고 빌라 주민 중 한명과의 숨겨진 로맨스에 가슴 떨려하는 히토쓰바스 형사 콤비의 활약은 여느 추리소설의 명콤비에 못지 않는 독특하면서고 재밌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 외에도 사건의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하는 말썽꾸러기들이자 히토쓰바스의 오래된 연인의 딸인 쌍둥이들의 기상천외한 활약 또한 입가에 웃음이 절로 짓게 하는 유쾌함과 색다른 재미를 주는 인상깊은 캐릭터들이라 할 수 있겠다.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후속편의 기대감

기막힌 트릭이나 반전은 없지만 시종일관 유쾌하고 즐거운 일상 미스터리의 참맛을 보여준 이 소설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로 계속 나온다니 멋진 콤비인 고마지와 히토쓰바시는 또 어떤 유쾌하고 즐거운 모험을 선사해줄지 후속권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