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우타노 쇼고 독서 서평 리뷰

국내에서 알려진 타노 쇼고라는 그 이름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작가인 타노 쇼고라는 이름이 국내에 알려진 것은 당연히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작품 때문이다. 1961년 생, 시마다 소지의 추천으로 등단한 이른바 신본격 1세대 작가. 꽤 오랫동안 비교적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으나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가의 운이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은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본격 미스터리 대상 그리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의 1위를 차지하는 등 2004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미스터리 작품이 됐다. 국내에서도 반응은 역시 좋았다. 이 작품에 사용된 기법은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당시 국내에서는 매우 신선한 기법이었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다(책장이 중간에 사라져버린 듯한 그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많은 반전으로 인한 무너진 공정함

별 쓸모없는 이야기를 더하자면, 어떤 분은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을 이렇게 평했다. “공원에 허름한 청소부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즉, 반전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공정함이 무너졌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점은 나도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또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만으로 작가의 스타일을 읽어내기는 어려웠고, 어쩌다 한번 걸린 인기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과연 우타노 쇼고는 벚꽃 지는 계절 소설로만 기억될까?

이렇게 ‘우타노 쇼고는 벚꽃 지는 게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공식이 너무나도 깊게 각인돼, 작가의 진정한 본질과 또 다른 면 등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작가의 수상 소식이 들리자마자(<밀실 게임 2.0>으로 2010년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다) 약속이나 한 듯 국내에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 출간되는 것이 아닌가?

또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온 작가의 두 작품이 판매 수치 등에서 급격하게 차이가 나고 있다는 것도 의아한 일이었다(이 차이는 도서 노출도 즉 마케팅 능력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국내에 작가의 이름값이 확실히 뿌리내리지 않은 상태를 반증한다).

우타노 쇼고의 스타일을 각인시켜준 작품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이러저러한 의미에서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라는 근사한 제목의 이 작품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우타노 쇼고라는 작가의 역량과 스타일을 보여주는 좋은 척도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중편 세 편으로 구성된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쇼덴샤 2005년 판으로(2009년 문고판에는 한 편의 중편이 더 포함돼 있다), 2000년과 2002년에 발표된 중편이 수록된 모음집 형식이다. 작가의 면면을 살피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텍스트인 것으로 작가의 성향을 완벽하게 글 속에 나타냈다.

소설 안에 수록된 3편의 중편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속에 수록된 세 편의 중편은 미스터리 독자라면 황홀해할 매력적인 테마를 이용하고 있다. 먼저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에서는 고전의 추리력을 갖춘 시니컬할 명탐정을 현대에 등장시켜 일종의 장르 비틀기를 시도하는데 ‘눈 속의 산장’을 테마로 삼고 있다. ‘생존자, 1명’에서는 절해고도(작품집 <절해>에 수록됐었다.)에 갇힌 피해자를 등장시켜 미스터리의 숙원이라 할 수 있는 ‘고립된 섬’에 도전한다.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는 대학 탐정소설 연구회의 한 멤버가 지은 ‘산세이 관’에서의 추리게임을 통해 유독 일본에서 줄곧 고집하고 있는 ‘관’의 테마를 이용하고 있다.

작품 시기가 제각각인 세 중편

작품이 쓰인 시기가 달라서인지 세 중편 모두 결이 다르다.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면 역시 ‘생존자, 1명’. 공간을 제한하고 피해자를 한정해 서스펜스를 높였다. 제목부터 결말까지 한 실에 꿰인 데다가, 교차서술을 이용한 마지막 한 방까지 준비해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묘미를 보여준다.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은 추리게임을 통해 독자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데, 읽고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나는 이 중편을 읽고 한없는 감동(?)에 젖었다. 오랜 추리소설의 독자라면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눈물 한 방울 또르르 흘릴 것이다(절대 농담이 아니고 내 진심을 가장 정확히 표현하였다).

해당 작품에서 아쉬웠던 점

표제작인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멋진 제목만큼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반전의 무게에 공정성이 눌린, ‘대통령 청소부’ 케이스이다. 다만 이 중편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장르 비틀기는 멋지게 성취하고 있다.

전반적인 작품의 총평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을 통해 바라본 우타노 쇼고는 ‘신본격 1세대 작가의 바람직한 예’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누구처럼 거창한 프로젝트를 짜고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처럼 산으로 가고 있지도 않고 누구처럼 필력이 떨어져 보이지도 않는다. 미스터리의 본질과 낭만을 꿈꾸며 재기 넘치는 한방을 계속해서 날리고 있는 중이랄까, 비록 KO펀치는 아니지만 빠르고 경쾌해 보인다.

큰 한 방의 펀치가 아니지만 끊임없는 잽과 같은 형태의 타격감으로 독자들에게 꾸준하게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봤던 다른 우타노 쇼고 작품보다 더욱 재밌게 본 작품으로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를 한 번쯤 볼 수 있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