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전쟁 (Old Man’s War) – 존 스칼지

미국 유명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 밀리터리 SF를 봤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인공이 흉측한 거미와 비슷하게 생긴 외계인들을 상대로 기관총을 투다다 난사하는 장면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지옥이자, 동시에 로망인 군대라는 소재는 한반도라는 특수 상황을 겸하여 많은 대한민국의 남성 독자들에게 어필할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밴드 오브 브라더스, 퍼시픽, 또한 스파르타쿠스 등 각종 밀리터리 미드의 강세도 이러한 추세를 잘 설명하고 있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밀리터리 SF 전통을 이어 받았다고 평해지는 존 스칼지의 소설답게 다음의 소설 또한 우주를 주 무대로 삼아 벌어지는 인류와 이 종족간의 전쟁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밀리터리 SF 특징

로버트 하인라인의 밀리터리 SF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주인공은 기갑부대나 우주 항공대가 아닌 보병대에 들어가게 된다. 전선에서 직접 뛰는 보병으로서 주인공은 하찮은 일병으로서 부터 시작하여 결국에는 중간 사령관의 지위에까지 올라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그는 깊은 전우애를 배우게 되며, 결국에는 보병대와 군대에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강한 애착감을 가지게 된다.

군 복무의 사명감

또한 배경적으로 군대에 복무하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인간으로서의 사명감을 위해서인 것이지,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항상 시민권과 인류 생존 등의 거대 담론들이 결부되어 주인공에게 강한 동기를 심어준다. 그러나, 주인공은 이러한 거대 담론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결국에는 이러한 거대 담론 자체가 아닌 자신의 전우들을 위하여 싸우게 되어진다. 군인이기 때문에, 계속 군인일 수 밖에 없는 순환적 내면화가 이루어진다. 즉 진정한 의미의 군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전채주의적 요소의 세계관

마지막으로 하인라인의 밀리터리 SF 세계관 속에 들어있는 전체주의적 요소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군대라는 조직 특성상 다음과 같은 전체주의는 피할 수 없는 요소이지만, 하인라인은 암암리에 이러한 전체주의적인 엇나간(?) 로망스를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전체주의라고 하기 보다는 ‘투쟁을 통한 진정한 인간다움과 동지애의 발견’이라는 하나의 상상계적인 경향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이 진정 행복하려면, 인류 사회가 진정 정체가 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여기에 대한 하이라인적 세계관의 대답은 바로 스스로를 몸바치는 투쟁과 이것에서 얻어지는 일종의 자아적 깨달음, 그리고 동반되는 확장적 자아(동지애)일 것이다. 군인이 되서 싸운다는 것을 하나의 아름다운 철학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음의 철학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이 세계관은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이유가 된다. 진정한 생명은 싸움으로 쟁취된다. 당신은 싸우고 있는가? 다음의 소설이 전하고 있는 메세지이다.

노인의 전쟁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점

노인의 전쟁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고스란히 이어 받아 전개된다고 할 수 있다. 우주의 전사가 좀 더 노골적으로 인류 사회와 군대를 스파르타 식으로 묘사하였다면, 노인의 전쟁은 다음과 같은 ‘의도적인’ 이데올로기적 색채가 좀 더 희색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기본적인 틀은 결국에 비슷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특별할까? 존 스칼지 소설만의 강점이라면 그 다운 풍부한 상상력을 좀 더 전체적인 배경 구성에 개입을 시켰다는 것이다. 제목에서도 암시하듯이 다음의 소설은 평범한 젊은이의 전쟁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노인의 전쟁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밀리터리 SF의 전통을 진부하게 따르기보다는 스스로의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해낸 것이다. 또한 다음의 세계관은 매우 독특하여 많은 까다로운 독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인다는 생각이다.

로버트 하인라인에 대한 일종의 저항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주인공은 시종일관 자신의 개인적 가치와 기억을 잃지 않는다. 이것은 처음에는 주인공을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이 가치야말로 그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무엇이라는 암시와 함께 소설은 끝나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이 끝내 내면화의 측면에서 완벽한 군인은 되지 못하면서, 동시에 이것이 주인공을 더 완벽한(?) 군인으로 만든다는 역설. 인간은 단지 기계적인 세계관 속에서만 설명될 수 없다는 작가의 인식이 개입되어 있는 듯 하다. 주인공의 개인적 가치, 특히 ‘죽은’ 아내에의 사랑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감동적인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장면은 주인공을 완벽한 ‘스파르타식’ 군인으로 만들어버린 하인라인에 대한 일종의 반발이 아닐까.

결론

결론적으로 존 스칼지의 소설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밀리터리 SF 전통을 충실히 따르는 한 편, 독특한 세계관 구성과 뛰어난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여름 밤에 피가 끓는 전우애의 생생한 감각을 느끼고 싶거나, 진부하면서 동시에 창조적인 균형이 잡힌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다음의 소설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관련 추천 서적

관련 추천 서적들은 다음과 같다. 함께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1. 우주의 전사(스타쉽 트루퍼스), 로버트 하인라인 : 밀리터리 SF의 효시격 작품. 스타쉽 트루퍼스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2. 영원한 전쟁, 조 홀드먼 : 그들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로버트 하인라인의 단순한 세계관을 통렬하게 비꼬는 동시에, 밀리터리 SF의 재미와 맛은 충분히 살린 매혹적인 소설.